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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9 Dual Realities
  2. 2010/03/23 <In Between Layers>전(展)

Dual Realities

전시 2011/04/09 23:43

한주 한주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정신 없는 와중에 마침 짬이 나서 한성필 개인전 <Dual Realities>를 보러갔다. 아라리오 갤러리, 처음 가보았는데 공간이 괜찮다. 이번 전시도 <파사드> 프로젝트의 연장인데, 조금씩 진화해나가고 있다. 이전 작업도 괜찮긴 하지만 뭐랄까, 레디메이드적인 요소도 있고, 좀 단순했었는데 이번에는 좀 복잡해졌다. 잠깐 대화를 나누어보니 다시점을 도입한 모양이다. 이전 작업들처럼 '눈속임'회화를 단지 기계적으로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점을 달리 하여 촬영한 각 부분을 정교하게 붙여놓았다. 한성필씨는 큐비즘적 요소를 사진에 도입했다는데,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 워낙 정교하다보니 설명을 듣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렵다. 하긴 그렇게 흔적을 덮어버리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흥미로운 부분은 베를린에 있는 맑스, 엥겔스 동상의 이전 작업에 대한 해석인데, 이게 일종의 메타포로 들어왔다.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 역력하고, 이걸 다른 작업에 대한 철학적 베이스로 끌어들이려는 것 같다. 공산주의가 무너진 오늘날 맑스/엥겔스의 동상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런 질문이다. 즉 공산주의는 사라진 역사인가, 아니면 자본주의라는 암초에 걸려 좌초된 선박인가, 혹은 수리가 끝나면 다시 항진할 수 있는 고장난 선박인가, 이런 질문이 되겠다. 원래의 동상을 촬영한 사진도 전시장에 있고 그 사진을 원형으로 삼아 복제해낸 동상도 전시장에 있다. 동상은 눈부신 빛에 둘러싸여 형태만 덩그라니 있다. 위치도 알 수 없고 방향도 알 수 없다. 하여 장소를 잃어버린 맑스/엥겔스를 상징한다 하겠다. 그들이 곧 좌표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우상'으로 남지 않았느냐, 이런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맑스/엥겔스 사진과 다른 사진의 연계성을 생각해보면 연결고리가 좀 약하지 않은가 싶기도 한데, 제목이 'Dual Realities'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래도 일반 관객들은 좀 생뚱맞다는 인상을 받을 것 같다. 화려하고 현란한 자본주의 사회의 건축물과 맑스/엥겔스의 초라한 동상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이런 질문들이 나오지 않겠나 싶은데, 성상과 우상의 관계가 대답을 줄 수 있다.

Posted by paixaube
TAG 한성필
 

갤러리 잔다리에서 열린 한성필의 <In Between Layers>전, <파사드> 연작의 후속편이다. 건물 보수 공사기간 동안 건물의 전면에 실재와 유사한 가림막을 설치한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눈속임 회화(Trompe-l’oeil)’가 그려진 건물을 촬영한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에 그려진 가짜그림은 아주 정교하여 실제 건물과 그림의 경계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한성필의 작업에 대해 썼던 몇 편의 글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이런 종류의 작업은 레디메이드의 개념이 들어가 있다. 누군가가(필시 뺑기쟁이로 취급받을 것임이 분명한 무명화가) 건물 벽에 그려놓은 그림, 요컨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품인 그림을 다시 사진으로 찍어 작품으로 화랑에 건다, 이 과정은 뒤샹이 BHV에서 물건을 사다 서명하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전시장에 갖다놓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레이메이드는 뒤샹만의 것은 아닌 셈이다. 한 십년쯤 전에 바르셀로나에서 봤던 필립 토마스(Philippe Thomas)의 전시제목은 “레디메이드는 모두의 것이다”였다.


그러고 보면 사진을 찍는 것은 레디메이드를 선택하는 행위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사진은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찍어내는 것이니까 말이다. 세상에 자연 상태로 널려있는 것을 찍는 것이나,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것을 찍는 것이나 별 차이는 없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이냐 아닌가. 하여 레디메이드는 예술에 대한 아주 근원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는 중요한 개념이다. 해괴하기도 하고 발칙하기도 하지만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현대예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가 없다.


Posted by paixa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