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를 알라딘에 주문하여 받아보았는데, 헉, 예상보다 책이 크고 두꺼워 놀랐다. 국배판 정도로 생각했었다. 책을 열어보니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것과 영판 다르다. 사진인쇄는 크고 좋은데 본문이 얼마 되지 않아 별로 읽을거리가 없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대한 정보전달 정도이지 논쟁 자체를 깊이 있게 소개하고 있지는 않아 제목만 그럴싸한 허당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 별로 논쟁의 소지가 없는 사진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잠깐씩 생각이 머물게 하는 대목이 있어 그럭저럭... 정확한 제목은 직역하자면 ‘사진의 법적, 윤리적 역사’쯤 된다. 문제의 사진도 주로 저작권 시비에 휘말려 법정 분쟁까지 갔던 사진이나 조작을 다룬 사진, 성윤리나 인권문제와 관련해 문제가 됐던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70여장의 사진을 다루고 있는데, 그 중 한두 가지 소개하자면, 우선 마르크 가랑제의 <세리드 바르카운의 초상, 1960>. 프랑스 사진 장교로 복무하던 그는 알제리인들의 증명사진 촬영임무를 맡아 여성들의 초상을 찍었다. 목적은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기 위해 통행증에 부착할 사진을 찍는 것. 마을의 여인들은 카메라 앞에 베일(히잡일 것이다, 알제리는 이슬람국가이므로)을 걷어내고 앉아 “굳은 표정으로 눈을 찌푸리고 불쾌해하거나 절망적이거나 놀란 모습으로” 사진에 찍혔다. 낯선 사내 앞에 얼굴을 드러낸다는 것은 그들에게 오랜 관습을 버려야 함을 뜻했다. 가랑제는 “명령에 따랐을 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식민통치와 인종적 편견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가랑제는 1966년 이 사진들을 공개하고(전혀 다른 맥락으로) 출간도 했으며, 증언을 위해 전시도 개최했다. 물론 그의 전시는 본래 의도와 달리 활용되는 경우도 있어 알제리인들에게 비판받기도 했다. 저자는 이 사진에서 논쟁거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 단지 사실관계를 기술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문제들이 여럿 걸려있다.
또 다른 예는 이태리의 행위예술가인 알베르토 소르벨리와 그의 퍼포먼스를 촬영한 일본 사진가 키미코 요시다. 소르벨리는 1994년 루브르박물관에서 매춘부로 나선 여장남자로 분장하고 산책하는 퍼포먼스로 유명해진 작가다. 키미코 요시다는 일본에서 열린 소르벨리의 퍼포먼스를 촬영한 사진가다. 이 퍼포먼스와 촬영이 있고나서 2년 후 키미코 요시다가 소르벨리의 퍼포먼스 사진을 발행해 판매한다. 소르벨리는 자신과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진을 상업적으로 사용했다며 요시다를 고소했다. 요시다는 단지 ‘기능적으로’ 사진을 찍었을 뿐이므로 사진의 고유한 저자는 자신이라는 것. 이 책에 나오는 저작권 분쟁 사례의 대부분은 핵심이 사진의 ‘예술성’을 인정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는데, 소르벨리와 요시다의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법정에서는 쌍방의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분쟁을 마무리했고, 이 사진의 저자는 두 명으로 결론이 났다. 공동저자가 된 셈이다.
책은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라기보다 ‘논란이 된 사진’을 다루고 있다. 의미심장한 논쟁이 없어 논쟁의 구체적 내용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들은 실망할 것이다. 하여 오히려 각 사진들을 보면서 독자들이 논쟁의 장을 마련해 보는 편이 나을 듯. 쉽게 결론내릴 수 없는 사안들이 대부분이므로 ‘너무나 진지한’ 이들은 골치 아플 것이다. 유명한 사진들도 많이 있고, 개중엔 중요한데도 빠져 있는 사진들도 많다. 몇 가지 혐의가 가는 책, 사색의 미끼를 던져주는데 정작 그 미끼는 지렁이가 아니라 플라스틱 물고기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