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브르통이 주도하여 만든 초현실주의 잡지 미노타우로스(Minotaure)에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다양한 연구들이 실려있다. 초현실주의에 대한 연구가 주로 미술사적 관점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거기에 참여했던 20세기 초의 유럽 지성인들의 생각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제한되어 온 느낌이다. 이 잡지에 기고했던 이들에는 예술가 뿐만 아니라 시인, 소설가, 철학자, 고고인류학자, 심리학자, 정신분석학자, 서지학자 등 지(knowledge)를 추구했던 각계각층의 유럽 지성인들이 포함되며, 그 지(knowledge)라는 것의 성격 또한 심히 다층적이었다. 다루지 않은 문제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지의 영역을 확대시켜 낸 것도 그들이며, 때로는 지를 해친다고 간주되어 온 반(anti)지식에 속하는 문제들까지도 연구의 대상으로 끌어들인 것이 바로 벤야민이 "유럽 지성의 마지막 총기"라고 표현한 이 초현실주의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초현실주의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나아가 그 의미가 다소 과대포장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재미있는 연구가 있어 하나 올려본다. 그것은 손금 연구이다.
한동안 재즈판을 사는 데 정신이 팔려 생활을 극도로 축소시켜가면서도 샀던 책이 스키라에서 나온 3권짜리 <Minotaure> 합본호였는데, 비용은 두달치 집세에 육박하였더랬다. 잠깐 미쳤던 모양이다. 어쨌든 1935년 겨울에 나온 제 6호의 중간 쯤에 실린 <손의 심리적 계시>는 사람의 손금을 세 유형으로 구분하고 손금의 선 모양과 길이, 퍼져나가는 각도 등에 따라 성격과 기질, 취향, 재능 등을 정교하게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이다. 연구자는 독일의 볼프 박사(Lotte Wolff), 독일어를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실었다. 볼프 박사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고 번역자는 클로소프스키(Pierre Klossowski), 초현실주의 화가 발뒤스(Baldus)와 형제인데 누가 형인지는 잊어버렸다. 니체를 처음 프랑스에 소개, 번역한 전복적 철학자, 나중에는 그림도 그렸던 중간 이상은 되는 화가, 무엇보다도 사드에 대한 연구서를 처음 써낸 흥미로운 사람이다. 내가 갖고 있는 그의 데생집에는 외설적 에로티시즘이라고 부를 수 있을 법한 그런 그림이 많은데, 그것은 <사드, 나의 이웃>을 쓴 사람의 정신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그런 것이다. <사드, 나의 이웃>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최초의 사드 연구자 모리스 엔(Maurice Heine), 자료수집가적 면모가 강한 그의 글(미노타우로스에도 그의 글이 두 편 있다)에 비해 과장이 다소 섞여 있다는 느낌이었으며, 블랑쇼(Maurice Blanchot)의 <로트레아몽과 사드>보다는 정교함이나 사드에 대한 이해가 좀 못하다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은 나중에 든 것이다. 왜냐하면 블랑쇼의 책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블랑쇼의 이 책은 어째서 번역이 안되는 것일까. 참으로 한번쯤 읽어야만 할, 블랑쇼의 초기 생각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인데... 서설이 길었다.
볼프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손금은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뉜다. 인간이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집단적 인간, 자기중심적 인간, 공상적 인간이 그것으로 앞의 두 유형은 현실적인 인간에 속한다. 지문 연구로 처음 지문의 유형을 분류하는 데 성공하여 개인 식별의 길을 연 갈튼(Francis Galton)은 사람의 지문이 크게 네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하는데, 그건 혈액형의 종류(A,B,O,AB)와도 같으며, 사상의학에서의 분류(태양, 태음, 소양, 소음)와도 유사하다. 인간은 네 종류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볼프 박사의 분류는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그렇게 하여 그는 문인과 예술가 16명의 손금을 상세히 분석하여 그들의 기질과 재능, 취향 등을 기술하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손금 뿐만 아니라 손가락과 같은 손 모양 전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그 중 몇 명을 골라보았다. (앙드레 지드, 쌩떽쥐뻬리, 마르셀 뒤샹) 번역은 귀찮으므로 생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