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를 찾다가 문득 이상일 선생의 망월동 사진집이 손에 들어와 다시 보니 참 완성도가 높은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상일이라는 사진가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싶을 만큼 모든 면에서 훌륭한 것 같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참으로 오래, 공들여, 참회하는 심정으로 열과 성을 다한 작업이다. 이 작업의 구성을 보면 다큐멘터리 사진의 모범적인 형태로 인식되어 왔던 서사구조가 매우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워커 에반스나 로버트 프랭크의 방법, 그러니까 작품집의 형태로 사진을 보여주고자 할 때 사진의 순서에 따라 서사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그런 방법을 매우 적절하게 구사하고 있다. 그렇게 이 작업은 한편의 서사시가 된다.
근래의 작가 중 노순택 씨의 망월동 작업, 이것도 매우 뛰어나다. <망각기계>가 그것인데, 차이는 있다. 노순택 씨의 망월동은 서사구조보다 개념에 치중해 있다. 이 두 작업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지만 망월동을 다룬 우리 시대의 뛰어난 두 가지 다른 작업이므로 자연스럽게 비교가 된다. 이상일의 망월동, 여기에는 뭐랄까, 아직도 휴머니즘적인 그런 요소가 물씬 풍겨 나온다. 전반부를 구성하고 있는 사진에는 엄숙함과 비장함, 죽음에 대한 존중, 산 자의 비애, 이런 것들이 짙게 깔려있고, 후반부는 코믹화되어가는 역사, 이런 것이 있다. 중간부분에 등장하는 초상은 이 두 부분의 연결고리 정도이다. 카메라 워크, 이것은 매우 뛰어나다. 조명도 잘 쓰고 공간도 잘 본다. 한편 노순택의 망월동, 여기에는 사람냄새가 거의 풍겨 나오지 않는다. 아주 차갑게, 기계적으로 일그러진 초상과 뭉개진 형태를 통해 잔혹성을 형상 자체에 발라놓는다. 그 외에 다른 카메라 워크나 테크닉은 거의 쓰지 않는다. 이상일의 경우처럼 망월동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고 멀찌감치 물러나서 거리를 두고 폭력성이 스스로 드러나도록 하는 셈이다. 망월동에 관한 한 이 두 작업만한 다른 작업을 보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