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망 로세(Clement Rosset)의 옛날 책 <철학자와 마법>, 아주 재미있다. 원래 쇼펜하우어 전문가인 로세의 대표작은 <현실과 그의 짝>, <현실-우둔함에 관한 논설> 등으로, 여기에서 그는 현실, 혹은 실재(Real)의 허구적 측면, 잡으려 하는 순간 빠져나가 버리는 현실의 허망함에 대해 아카데믹하지 않은 방식으로 속도감 있게 써내려가고 있다. 다 재미있으나 <철학자와 마법>은 특히 위치, 혹은 장소의 패러독스에 대한 흥미로운 견해를 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시작하자. 인식이 생겨나는 장소, 곧 여기(hic, here, ici)는 정확히 어디인가? 내가 위치한 이 곳, 저기나 거기가 아닌 바로 여기, 어느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나만의 장소가 바로 '여기'이다. 나는 여기에서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먹고, 자고, 결국 여기에서 죽는다. 죽어서도 나는 '여기'에 있다. 죽어 다시 태어나도 다시 '여기'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는 나,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장소가 '여기'인 셈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저기'를 보고, 자리를 옮겨 거기로 건너가지만 건너가자마자 그 '저기'는 '여기'가 되어버린다. 따라서 '저기'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수한 '저기'들은 곧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이지만 이 '다른 곳'은 어디에도 없다. 옮겨가는 순간 '여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래서 '여기'는 누구도 보지 못했으며 가보지도 못했던 미지의 장소이다. '여기'를 보기 위해서는 '다른 곳'으로 가야 하지만('여기'서 '여기'를 볼 수는 없기에), 그 '다른 곳'은 언제나 '여기'이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여기', 어떻게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래도 한번 떠나가 볼까?
항상 그 곳에 있으면서도 어딘지 모르는 장소, '여기', 그래서 '여기'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재증명을 뜻하는 알리바이(Alibi)는 내가 '여기'에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부재를 증명할 것인가. 출석을 증명하기는 쉽지만(내가 '여기'에 있으므로) 부재는 입증할 수 없다(내가 '여기'에 없으므로). 하여 사건현장에 내가 없었음을 증명하려면 다른(ali) 곳(bi)에 있었음을 밝혀야 한다. 내가 있었던 그 다른 곳이란 결국 '여기'이기 때문에. 그러나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못된다. 모두에게 '여기'인 그 장소, 나 또한 '여기'에만 있었기에, 타인들의 '여기'에 함께 있었음을 밝히는 것만이 내가 '다른 곳'에 있었음을 입증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게 '다른 곳'이 어디에도 없다면(어디나 '여기'이므로) 결국 '여기' 또한 어디에도 없을 터('여기'는 '다른 곳'에서 보았을 때 또 다른 '다른 곳'일 터이므로, 그리고 '다른 곳'은 어디에도 없으므로). 그래서 '여기'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없는 곳'에 있다. 그 '없는 곳'이 바로 '여기'...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시작하자. 인식이 생겨나는 장소, 곧 여기(hic, here, ici)는 정확히 어디인가? 내가 위치한 이 곳, 저기나 거기가 아닌 바로 여기, 어느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나만의 장소가 바로 '여기'이다. 나는 여기에서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먹고, 자고, 결국 여기에서 죽는다. 죽어서도 나는 '여기'에 있다. 죽어 다시 태어나도 다시 '여기'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는 나,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장소가 '여기'인 셈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저기'를 보고, 자리를 옮겨 거기로 건너가지만 건너가자마자 그 '저기'는 '여기'가 되어버린다. 따라서 '저기'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수한 '저기'들은 곧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이지만 이 '다른 곳'은 어디에도 없다. 옮겨가는 순간 '여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래서 '여기'는 누구도 보지 못했으며 가보지도 못했던 미지의 장소이다. '여기'를 보기 위해서는 '다른 곳'으로 가야 하지만('여기'서 '여기'를 볼 수는 없기에), 그 '다른 곳'은 언제나 '여기'이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여기', 어떻게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래도 한번 떠나가 볼까?
항상 그 곳에 있으면서도 어딘지 모르는 장소, '여기', 그래서 '여기'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재증명을 뜻하는 알리바이(Alibi)는 내가 '여기'에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부재를 증명할 것인가. 출석을 증명하기는 쉽지만(내가 '여기'에 있으므로) 부재는 입증할 수 없다(내가 '여기'에 없으므로). 하여 사건현장에 내가 없었음을 증명하려면 다른(ali) 곳(bi)에 있었음을 밝혀야 한다. 내가 있었던 그 다른 곳이란 결국 '여기'이기 때문에. 그러나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못된다. 모두에게 '여기'인 그 장소, 나 또한 '여기'에만 있었기에, 타인들의 '여기'에 함께 있었음을 밝히는 것만이 내가 '다른 곳'에 있었음을 입증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게 '다른 곳'이 어디에도 없다면(어디나 '여기'이므로) 결국 '여기' 또한 어디에도 없을 터('여기'는 '다른 곳'에서 보았을 때 또 다른 '다른 곳'일 터이므로, 그리고 '다른 곳'은 어디에도 없으므로). 그래서 '여기'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없는 곳'에 있다. 그 '없는 곳'이 바로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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