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 셰프

음악 2009/06/18 00:44

섹소폰 연주자 아치 셰프(Archie Shepp)가 피아니스트 호레이스 팔른(Horace Parlan)과 함께 발표한 몇 장의 음반, 재즈뮤지션들에게는 매우 드문 연주 방식인 듀엣 형식(색소폰/피아노)을 취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Goin' Home>(1977)과 <Trouble in Mind>(1980), 두 장 모두 코펜하겐에서 녹음한 것이다. 연주곡들은 대부분 흑인영가에서 테마를 가져와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수 세기에 걸쳐 짐승으로 살아 온 아메리카 흑인들의 애환(이 말은 그들의 고통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 아마 어떤 다른 말도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터)과 울분을 담고 있다. 이 음반을 듣고 있노라면 말을 잊는다. 이 막막함을 표현할 수 있는 올바른 말이 어디에 있을까. 말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없는 것일까. 하긴 그래서 음악이 있는 것이로구나. 음악이 이미 말을 다 하고 있는 것이구나. 하여 듣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이 두 장의 음반보다 개인적으로 더 좋아하는 것이 <Swing Low>, 1991년 쮜리히의 한 호텔(Bellerive Hotel)에서의 라이브 공연을 녹음한 것이다. 이 음반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연주 끝부분에서 아치 셰프가 때로는 중후하게, 또 때로는 애절하게 토해내는 노래, 섹소폰의 절절한 음색보
다도 훨씬 농도가  짙은 그 음성이다. <Goin' Home>과 <Trouble in Mind>도 훌륭하지만 아쉽게도 거기에서 그는 연주만 한다. <Swing Low>에서 그가 목으로 연주하는 곡은 "See See Rider"와 "Go Down Moses", 단 두곡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이 음반의 가치는 차고도 남는다. "Embraceable You"도 아주 좋다. 혼을 빼놓고도 모자라 눈물까지 쏙 빼놓는 그런 곡들이다. "Go Down Moses"의 후반부에서 모세의 음성을 빌어 그가 "Let my people go,  ...,  Why don't you let my people go..." 라 간절하게 애원하는 대목은 그야말로 울부짖음에 가깝다.
 
이토록 절절하게 가슴을 쥐어뜯는 음악도 흔치는 않다. 감정을 인위적으로 쥐어짜내는 음악과는 전혀 다른, 종자가 다른 음악. 그런데 어째서 모던 가스펠은 그렇게 다를까.

Posted by paixaube